아침에 눈 뜨니 그런 그림들이 지나갑니다. 지금 어른이 된 나를 비롯해서 성인으로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갓난 아기였고, 네 발로 기었고, 두 발로 처음 섰던 날이 있으며, 말을 시작하고, 웃고 울며 여기 저기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이 있고, 어둡고 숨고 싶은 청년기를 지났을 것입니다. 그 때 그때를 떠올리면 조각 같은 날들이 지나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나라는 인간이 하나의 긴 시간 선 위에 있지만 그 선 위에 선 사람들(지나온 내 어린, 젊은 시절들)은 다 각각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그 때는 그 때의 사람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보니 하루 하루가 순간순간이 참 소중하다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린이들을 보다가 또는 옛 사진을 보다보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머물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기보다 현재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어린이들을 돌보는 저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나와 함께 있는 그 분들과 함께 머물기를 빕니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난 뒤 오늘의 (감사성찬례)성서정과를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 마음에 든 글 귀를 옮겨봅니다.
결국 없어지고 말 황금도 불로 단련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황금보다 훨씬 더 귀한 여러분의 믿음은 많은 단련을 받아 순수한 것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는 날에 칭찬과 영광과 영예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 1베드 1:3-9 중에서
오늘도 정련되고 정련받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Lucia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습니다. 이분도 성공회 교인이지요. 문득 이분의 음반 표지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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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님, 평화가 고요히 제게로도 흘러옵니다. “집에서 어린이들을 돌보는 저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나와 함께 있는 그 분들과 함께 머물기를 빕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이 낳으시지 않은 인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수단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입니다. 다만, 하느님이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인간들이 있을 뿐이지요. Lucia님이 함께 머물기를 바라는 이들 속에 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인 우리도 포함되어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잔잔한 글에서 전해지는 편안함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전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하고 있는 저에게도 응원의 메세지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