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우리는 본래 어떤 존재입니까?
A.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창조물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고 사는 경우는 아주 흔합니다. 교리문답은 사람이 무엇인지 교회가 오랜 세월 동안 기억하고 있는 답을 제시합니다. 이 답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하느님이 지으신 창조물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여기 이렇게 존재하는 까닭은 우리보다 더 큰 힘이 그렇게 의도하셨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인간이 매우 영광스러운 존재라는 점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상위의 생명체이기는 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특별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Q2. 우리가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A. 우리는 사랑하고 창작하고 사고하는 일에 있어서, 그리고 하느님과 다른 모든 피조물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일에 있어서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존재라는 교회의 가르침에는 인간이 창조주처럼 자유로운 어떤 속성을 나눠 갖고 있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자유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느님처럼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 또한 참된 것입니다. 이 자유를 갖고 인간은 사랑하고, 창조하고,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물들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편, “사람이 하느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교리는 우리가 하느님처럼 생겼다거나, 하느님이 우리처럼 생겼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몸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다만 그분은 우리 안에 어떤 영적 특성을 넣어주셨으며, 우리는 그 영적 특성을 하느님과 나눠 갖고 있다는 것이 교리문답의 요점입니다.
Q3. 그러면 왜 우리는 하느님과 떨어져 있으며 다른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까?
A. 태초에 인간은 자신의 자유를 남용해서 그릇된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교리문답은 인간에게 문제가 있음을 말합니다. 즉 우리는 하느님 및 다른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성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으면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Q4. 왜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남용하게 되었습니까?
A. 이는 우리가 하느님을 대적하고 하느님 자리에 우리 자신을 두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우상숭배란 하느님보다 못한 것을 하느님 자리에 두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자리에 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사가 돌아가길 원했습니다. 이는 곧 만물이 자신을 예배하게 하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어쩌다 비바람만 맞아도 이를 불편하게 여기고 자신을 무시한 듯 언짢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원하는대로 만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데, 이는 우리 자신을 중심으로 만사가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하느님만이 모든 것의 중심이요, 하느님만이 만사를 당신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십니다. 우리가 자신을 중심 자리에 둔다는 것은 우리의 자유를 남용해서 하느님을 대적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Q5. 이러한 인간의 모습에 대한 해결책이 있습니까?
A.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존재하시고,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우신다는 확신이야말로 교회가 전하는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는 교회의 선포가 바로 우리에게 기쁜 소식, 즉 복음이 됩니다.
Q6.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우리를 도우셨습니까?
A. 하느님께서 먼저 그 자신과 그 뜻을 자연과 역사를 통해서 선견자들과 성인들을 통해서, 특별히 이스라엘 예언자들을 통해서 계시하셨습니다.
이 문답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되 자연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특히, 이스라엘이라는 한 공동체를 통해서 그렇게 하셨음을 말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노라면 무언가 우리보다 위대한 지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성, 우리가 하느님이라 부르는 그 분이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통해서,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셨다는 것입니다.
교리문답에서는 하느님께서 선견자(선지자)들과 성인들 특히 이스라엘 예언자들을 통해서 자신을 계시하셨다고 말합니다. 이는 니케아 신경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하는 성령에 관한 고백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경은 이사야, 예레미야, 아모스, 미가, 호세아와 같은 구약의 위대한 예언자들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요 신약의 전령과도 같은 세례 요한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한편 구약의 성인들 중 상당수는 여성이었습니다. 사라, 드보라, 룻, 에스더, 그리고 외경에 나오는 수산나와 같은 여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