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과 기도

대한성공회 송파교회

얼마 전 수요성서 공부 팀이 영화 ‘알라딘’을 보고 왔습니다. 울림 있는 명대사가 제법 많이 나옵니다. 그 중 하나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램프의 요정 ‘지니’의 도움으로 ‘좀도둑’에서 ‘왕자’가 된 ‘알라딘’은 ‘자스민’ 공주를 만나러 왕궁으로 갑니다. 왕궁에 들어간 알라딘은 돈으로 공주를 사겠다는 말실수를 합니다. 그 일로 화가 난 공주는 자리를 떠납니다. 그는 ‘겉모습’은 왕자였지만 ‘내면’은 왕자로서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좀도둑’에 불과했습니다. 그때 ‘지니’가 알라딘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난 너의 겉모습만 바꾸어 주었지, 네 내면까지 바꿔주진 않았어. 너의 가치를 믿어봐.

이 ‘메시지’를 얻은 것으로 영화 값은 충분히 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좋은 글귀나 메시지를 들으면 기억했다가 기어코 선생 노릇하려는 이 직업병은 언제쯤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알라딘을 왕자로 만들어 준 ‘지니’와 그리스도교의 ‘사제’(司祭)는 신학의 눈으로 보면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세례’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한 이가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성사’입니다. 사제(司祭)는 ‘성령의 능력’으로 축복한 ‘물’을 세례자의 머리 위에 세 번 부으며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줍니다. 세례자는 그 순간 처음으로 세상의 이름이 아니라 ‘천상존재들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렇게 사제(司祭)로부터 천상존재들의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세례자는 ‘하느님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는 ‘신부’(神父), 즉 ‘신앙 안’에서 세례자를 ‘하느님의 가족으로 태어나게’ 한 ‘아버지’입니다. 신자들이 사제(司祭)를 존중하여 ‘신부’(神父)라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어서 사제(司祭)는 주교가 축복한 ‘세례성유’를 세례자의 이마에 바르며 선포합니다. 세례를 통해 ‘성령의 날인’(捺印)을 받아 영원히 ‘그리스도의 자녀’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끝으로 ‘부활초’에서 점화한 촛불을 세례자에게 건네며 축복합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세례성사’는 ‘물과 성령’으로써 세례 받는 이들의 죄가 씻기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들어오는 완전한 ‘입교예식’입니다.

그러나 사제(司祭)가 아무리 멋진 말로 세례자를 축복하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했어도 그 축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세례자의 몫입니다. 그가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하느님의 자녀’라는 자신의 가치를 믿고 걸맞게 사는 일은 온전히 그의 몫입니다. 바로 그 세례자의 내면을 위한 일, 그것이 매일의 기도라고 저는 믿습니다. 정말이지 알라딘이 받은 메시지처럼 ‘기도’는 우리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바꾸는 일’입니다.

‘기도’는 탐욕에 빠진 욕심쟁이가 되는 시간이 아닙니다. 기도는 요동치는 감정과 타협하는 시간도 아닙니다. 오롯이 하느님을 생각하며 침묵 속에서 ‘내면의 문’을 여는 시간입니다. 어떤 이들은 기도가 하느님의 환심(歡心)을 사기 위한 일종의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신령한 장소를 찾거나 말을 많이 하거나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일에 몰두합니다. 그러나 기도는 장소나 말이나 시간이 좌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심이 좌우합니다. 깊은 기도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마음의 번잡함을 멈추고, 침묵함으로 하느님을 향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지만 자신의 갈망만을 한없이 부풀리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기도’는 우리의 간구를 통해 하느님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내적 변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갈망을 멈추고, 우리를 향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갈망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로써 우리가 하느님의 기도를 오히려 거절해 왔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알아차림의 시간, 바로 그 때가 이 번잡한 세상 속에서 하느님께 우리 영혼의 닻을 내리는 진정한 구원의 기도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사제는 그렇게 내면이 변화된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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