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2015, 전례성가 23장, 당신은 하느님

대한성공회 송파교회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2003년 9월까지 서울주교좌성당 보좌사제로 있었습니다. 당시 주일 오후 4시, 저녁기도가 정기적으로 봉헌되었습니다. 주로 다른 보좌사제 한 분과 번갈아 가며 저녁기도를 노래로 인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녁기도는 노래로 봉헌해야 빛이 납니다.

제단의 촛불을 밝히기 위해 성당에 들어서면, ‘색유리’를 투과하여 고요히 찾아든 빛의 신비감이 기도하러 찾아든 이들에게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성당 바닥에 투영된 ‘빛 우물자리’를 찾아 지친 몸을 위치시키며 성모 마리아의 삶을 회상하였습니다. 그렇게 하고서 ‘제단 모자이크화’를 올려다보면 어느 새 영혼이 고양(高揚)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성당 앱스 모자이크화에는 지금 소개하려는 전례성가 23장인 ‘테 데움’(Te Deum) 일부가 새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이시니 우리가 찬양하오며”로 시작하는 ‘테 데움’은 ‘거룩한 삼위일체의 찬가’(Hymnus in honorem Trinitatis)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381년 밀라노의 성 암브로스(St. Ambrose, 339~397)가 즉흥으로 노래했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나, 요즘에는 주교 니케타스(Nicetas of Remesiana, 414)의 작품으로 간주합니다. 500년경부터 불리어온 매우 오래된 전례문입니다.

그 전례문 중에서 모자이크화 맨 밑에는 빙둘러가며 이 부분이 새겨져 있다.

영광스러운 사도들이 당신을 찬양하며, 경건한 예언자들이 한 마음으로 당신을 찬양합니다. 흰옷 입은 순교자들이 당신을 찬양하며, 온 천하의 성교회가 주님께 환호합니다.

어느 날인가는 저녁기도가 끝난 후에 홀로 남아 주옥같은 성시와 전례문도 많이 있을 터인데 어째서 저 글귀가 선택된 것인지 상념 여행을 떠나보았습니다. 글귀를 선택한 이는 당시 성당건축을 주도한 제 3대 주교 마크 트롤로프(Mark Napier Trollope)였을까? 아니면 설계자인 아더 딕슨(A. Dixon)이었을까? 그들도 아니면 모자이크화를 위해 두 번이나 내한해서 6개월에 걸쳐 완성했다는 죠오지 잭(George Jack)이었을까?… 인간의 행위 중에 의도 없는 행위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누가 되었든 그 글귀를 선택한 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맞는 일이리라…

당시에 이렇게 잠정적인 답을 찾았습니다.

… 이것이 이 땅을 향한 하느님 선교에 응답하는 우리의 신앙고백이라고… 삼위일체야말로 우리 그리스도교의 핵심을 담은 전례문이라고… 구원으로 부름 받은 우리가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찬미를 여기에 새겨 넣음으로써 영원한 찬송을 완성하노라고… 그렇게 해서 구원의 역사와 전통이 이 땅에서 이어져 가기를 원한다고…

<성가 2015>가 출판되어 각 교회에서 불리고 있습니다. 그 거룩한 보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에 일원으로 참여했다는 설렘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한 곡의 ‘성가’(聖歌)는 누구나처럼 절망할 때 눈물이 되어주고, 나를 둘러싼 삶의 횡포로부터 커다란 숲이 되어 숨 쉬는 걸 도와줍니다.

바람 한 점 없는 회색건물들 속에서 숨 막혀 할 때 한 곡의 ‘성가’(聖歌)는 바람이 되어주고 위안이 되어줍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이에게, 회색공간에 갇혀 삶의 경이로움을 잊고 살아가는 영혼에게, ‘성가’(聖歌)는 하느님이 천상으로 올라오도록 내려주신 ‘날개’가 되어 줍니다. ‘성가’(聖歌)는 그런 힘이 있고, 그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 않으며, 우리를 새로운 존재로 살아가게 합니다. 일반성가 뿐 아니라 전례성가를 통해서도 그런 경험이 그대의 것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전례성가 23장이 제게는 그런 곡입니다.

‘성무일과’ 앱이 속히 만들어져 <성가 2015>에 담긴 전례성가의 아름다움이 온 누리에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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