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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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믿는 세계에서는 여자나 남자나 다 같이 상대방에게 서로 속해 있습니다. 성서에 ‘그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룬다.’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남편 된 사람은 자기 아내를 자기 몸같이 사랑하고, 아내 된 사람은 자기 남편을 존경해야 합니다.

아내 된 사람들은 주님께 순종하듯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인 교회의 구원자로서 그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것처럼 남편은 아내의 주인이 됩니다.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처럼 아내도 모든 일에 자기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남편 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기 몸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기 몸을 기르고 보살펴 줍니다.


한번쯤 밀레의 ‘만종’을 본 적이 있겠지요. 멀리서 은은한 삼종소리가 들려옵니다. 부부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하루의 고단한 노동을 감사의 기도로 승화시킵니다. 들판을 가득 물들인 고운 노을빛과 함께 그들을 축복하는 천상의 노래가 고요히 울려 퍼집니다. 잠시라도 이 그림이 노동과 가정의 소중함을 묵상하게 하는 선물이기를 빕니다.

이른 봄, 씨 뿌린 농부는 여든 번이 넘는 손길을 통해 비로소 가을걷이에 도달합니다. 부부 역시 가정이라는 밭에 행복의 씨앗을 심고, 여든 번이 넘는 ‘마음 다함’을 통해야만 비로소 그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부는 아직 사십 번의 마음 씀도 없이 영글지도 않은 이삭을 추수하다가 농사를 망치고, 풋과일을 즐기려다가 배앓이를 합니다. 그러고는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불평하면서, 이제 겨우 여물기 시작한 행복의 밭에 돌풍을 몰고 옵니다.

지혜로운 부부는 ‘수고’와 ‘인내’의 마음이 모자란 채 열매부터 즐기려는 모습이 보여 질 때마다 그 때까지의 ‘마음 숫자’를 서로에게 알려 줍니다. 이렇게 해서 행복의 밭이 어느 계절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깨닫고, 모자란 ‘마음 숫자’를 성실하게 채워갑니다.

모든 부부는 행복을 일구고 있습니다. 땀 흘려 서로의 모습을 순결하고 아름답게 지켜 나가다보면 행복의 열매는 저절로 맺힙니다. 그러니 열매에 연연하지 말고, 일하는 동안 밭에서 찾아낸 ‘지혜’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부부가 되십시오.

그 지혜는 ‘때’의 분별과 ‘인내’의 소중함입니다. 자녀는 이것을 ‘부모의 뒷모습’을 통해 배웁니다. 뒷모습은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의 드러남’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이 지혜를 배운 이들만이 벌거숭이 민둥산이 되어가는 오늘의 가정들 속에서 푸르른 나무가 되어 가정을 아름답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대 부부의 밭은 어느 계절을 가리키고 있습니까?

행복의 원천이신 주님, 모든 가정들을 주님의 자비로운 보살피심에 의탁하나이다.

[사도들의 편지 2017] 오정열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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