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 by

우리의 삶은 처음 받아든 한 장의 악보와 같습니다. 하루하루는 이 악보 속의 길고 짧은 음표에 해당되지요. 어떤 날은 32분음표처럼 짧게, 어떤 날은 온음표처럼 길게만 느껴집니다. 어떤 음(音)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쉽게 연주할 수 있지만, 어떤 음은 뒤얽힌 실타래처럼 연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그대는 어떻게 합니까?

성서 속에는 그대의 연주를 도와 줄 연주법이 비밀로 전수되어 있습니다. 받아든 악보를 최선을 다해 연주한 이들의 마음자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악보만 던져 놓고 혼자 알아서 하라며 무관심하게 쳐다보는 지휘자는 없습니다. 그들 영혼에 영감(靈感)을 불어넣어 명연주를 이끌어내신 하느님의 숨결이 녹아져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듣고자 하는 마음으로 펼치십시요. 성서가 대가의 연주 비법을 간직한 음악 독본(讀本)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삶을 멋들어지게 연주할 몸과 마음이라는 악기를 하느님이 모두에게 선물하셨습니다. 삶이라는 이 악보 첫머리에 ‘사랑’이라는 조(調)를 그려 넣고 ‘감사’라는 현(絃)으로 켜보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음표들이 비로소 제 음정과 박자를 찾아 모두를 감동시키는 명연주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부터 연재하는 묵상은 신약성서 서신의 음악 독본입니다. 2003년 맑은울림에서 출판한 [사도들의 편지]를 기초로 재편곡한 글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을 ‘주제’에 따라 분류하고 대가들의 연주 비법을 한데 모아 채보(採譜)하였습니다.

채보 후에는 그 주제들에 대한 저만의 연주를 적어보았습니다. 많이 서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하느님께서 영감을 불어넣어주시면 좀 더 감동스런 연주를 써내려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그대의 마음과 저의 마음이 서로 공명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제 인생을 먼저 연주할테니 다음에는 그대의 연주에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잔의 커피가 그대의 긴장을 녹일 수 있다면 제가 사들고 가겠습니다. 그대의 빛나는 연주를 기대합니다. 커튼콜은 제가 힘차게 외칠 터이니 한번 시작해 보는 겁니다.

그대와 나를 통해 성삼위일체 하느님은 이제와 영원히 찬미를 받으소서.

[사도들의 편지 2017] 오정열 사제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