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6일 / 연중 34주 금요일

다니 7:2-14 / 시편 93 / 루가 21:29-33

어느덧 거리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휘파람을 불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나무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에 잠깁니까? 나무들은 죽은 것일까요? 가능성이 전혀 없나요?

금주간 우리는 종말에 관한 말씀인 루가복음 21장을 묵상해 왔습니다. 전쟁과 사회 격변, 자연재해와 전염병, 천체의 이상 현상 등 고통과 죽음으로 가득 찬 무서운 예언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예언의 성취는 예루살렘의 멸망과 성전의 종말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 이야기도 거기에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그 앙상한 모습을 죽은 나라(왕국)인 ‘예루살렘 성전체제’에 비유하십니다. 다른 말로 하면 기득권자들, 즉 대사제들과 원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나라와 종교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죽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유대교로 대변되는 세상 나라의 죽음입니다.

저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들을 보아라. 나무에 잎이 돋으면 그것을 보아 여름이 벌써 다가온 것을 알게 된다. 이와같이 너희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온 줄 알아라.

종교와 정치가 더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합니까?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의 파멸뿐 아니라 쟁쟁하던 세상 나라가 무너져 갈 때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가르치십니다. 전쟁과 사회 격변, 자연재해와 전염병, 박해와 천체의 이상 현상 등이 일어날 때, 즉 당신이 말씀하신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때 그런 것들에 동요하지 말고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온 줄 알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는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 떨며 절망하던 이들에게 ‘새 희망’을 말씀하십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이 말씀을 얼마나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까요? 사실, 이 절망스러운 세상,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사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라는 선포는 예수께서 주신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예수께서는 가능성이 다 소진된 것처럼 보이는 세상 한가운데서 ‘새로운 가능성’을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성경은 ‘가능성(희망)의 하느님’을 증언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심지어 우리의 마음에서조차도 ‘가능성’(희망)을 퍼 올릴 수 없을 때 하느님만은 아닙니다. 예수의 삶이 증언하듯이 하느님은 너무나 신성해서 우주 저편 어딘가에 따로 떨어져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피조물인 인간과 함께 계시기를 원하시는 분입니다. ‘성육신’이 바로 이 진리를 증언합니다. 사랑의 하느님은 우리와 아주 가까이 계시고, 우리를 당신의 성전 삼고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렇기에 종말 연설에 포함된 일이 일어나는 어떤 순간에라도 우리에게는 ‘가능성’(희망)이 있습니다.

끝으로 예수께서는 하늘과 땅은 사라지더라도 당신의 말씀은 영원할 것이라 명백히(본문 32절은 아멘으로 시작합니다) 선언하십니다. 진리와 생명이신 그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도 요한이 증언했듯이 하느님께서는 말씀으로 하늘과 땅을 지으셨습니다(요한 1:3).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육신을 취하여 우리 가운데 거하신 살아있는 말씀이십니다(요한 1:14).

교회는 성경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가르쳐왔습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추구할 영원한 가치를 안내하는 나침반과 같은 책이라 가르쳐왔습니다. 인생길의 빛이자 삶의 비전을 주는 희망의 책이라 가르쳐왔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진실을 보게 하는 생명(계시)의 책이라 가르쳐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영원한 나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당신의 피조물을 향한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과 길고 긴 구원의 역사를 읽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생애와 죽음과 부활 안에서 우리에게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 사건을 읽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구원 사건을 전례 안에서 기억하며 경축하기 위해 ‘교회력’을 마련하고 지켜왔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하느님의 구원 사건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정되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교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성찬례가 봉헌되는 날입니다.

질문하고 싶습니다. 올해 우리의 삶은 어땠습니까? 우리는 예수께서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에 속한 사람으로 살아왔습니까?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의 정신, 즉 복음의 가치가 살아있는 자리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복음의 가치대로 살았습니까? 우리는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썼습니까? 우리는 진리 편에 섰습니까? 우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편에 섰습니까? 우리는 나그네와 외로운 자들의 따뜻한 벗이었습니까? 우리는 강도 만난 이들의 착한 이웃이었습니까?

보다 직접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예언자들처럼 하느님의 전령이었습니까? 당신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가 더 가까이 다가왔음이 드러났습니까? 당신은 예수처럼 사셨습니까?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그분처럼 말입니다. 그런 당신이라면, 예수께서 언제 오시더라도 준비되어 있기에 그날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 – 마태 4:17 –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