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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3일 / 연중 34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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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2:31-45 / 시편 96 / 루가 21:5-11

우리는 교회력의 마지막 주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1주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옛것과 새것이 교차하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교회는 옛것과 새것, 마지막과 시작 사이에 있는 우리를 초대하여 어떤 태도로 이 틈새의 시간을 살아야 할지 지혜를 교훈합니다.

1독서로 읽는 《다니엘서》는 박해에 직면한 유대 민족에게 새 시대를 맞이할 용기를 주기 위해 기록된 책입니다. 마지막 날에 대해 경고하는 복음 이야기 역시 박해 시절을 살던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다가올 새 시대를 맞이할 용기를 주기 위해 기록된 단락입니다. 이렇듯 전례독서는 틈새에 서 있는 우리에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도움을 주려는 배정입니다.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고대 근동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돌과 예물로 화려하게 꾸며진 성전은 사람들 대부분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예외도 있는 법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화려한 건축물에 현혹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께서는 그 성전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 날을 예언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회의적이기는 했지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놀란 그들은 그날이 언제일지, 어떤 징조가 나타날지 물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약 40년 후인 서기 70년에 일어날 성전 파괴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종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훗날 성전 파괴 예언이 성취되었을 때,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살아온 유대인들에게는 자신들이 목격한 성전 파괴가 세상의 종말처럼 보였습니다. 유대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신자 중에는 예루살렘 성전 파괴를 종말의 시작으로 오해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장차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종말’이 왔다고 제자들이 오해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십니다. 사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자신들이 살아있는 동안 예수님의 재림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런 기대는 그들 사이에 많은 거짓 정보들을 양산해 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을 ‘그리스도’라 주장하거나 ‘마지막 때가 왔다’라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하는 그런 말을 너무 쉽게 믿지 말고, 따라가지도 말라고 경고하십니다. 또 장차 전쟁과 사회 격변, 자연재해와 전염병, 천체 현상도 있을 것이라 경고하십니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 단단히 경고하십니다.

그런 일이 반드시 먼저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끝날이 곧 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옛것과 새것이 교차하는 길목에 서 있는 우리에게 오늘 복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입니다. 사실 역사에서 종말을 얘기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다 틀렸습니다. 전쟁과 사회 격변, 자연재해와 전염병이 없었던 시절은 없었습니다. 땅과 하늘에서는 일어나는 이런 징조들이 반드시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꼭 기억하십시오.

마지막, 끝이라는 말이 어떻게 들리십니까? 사람들은 복음서에 기록된 종말 예고를 들으면 두려워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두려움과 근심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교는 코로나19 팬데믹마저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도전과 기회로 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종말조차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시간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분명 세상의 마지막에 더 가깝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에도 가깝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우주의 종말보다는 개인의 종생(終生)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불안의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한한 우리는 종생 너머의 영원한 생명을 믿습니다. 종생 너머의 새로운 시작을 믿습니다. 자연재해나 전염병의 시나리오보다도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습니다.

기억하십시오. 땅과 하늘에서 어떤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든 끝날이 곧 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 외에는 우리 중 누구도 마지막을 알 수 없습니다.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팬데믹, 전쟁과 사회 격변, 자연재해와 전염병, 천체 현상이 종말을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그것들은 하느님이 아니라 탐욕스러운 인간이 초래한 불행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인권과 복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종교 등 세상살이가 아무리 좋아진다 할지라도 종말은 옵니다.

우리는 무지와 탐욕과 차별로 세상을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 스스로가 종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시편 말씀처럼, 자연을 통해 우주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건네시는 사랑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러 찾아오시는 중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왕이신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금주간입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기를 앞둔 금주간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우리에게 선물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일이 아닙니다. 처음이요 마지막인 주님이 우리에게 날마다 열어주신 시간을 사랑으로 충만하게 만들어 새로운 시작에 들어가시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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