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6. 부활 8일부 목요일

대한성공회 송파교회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를 위하여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열어주셨나이다. 비오니, 우리가 하늘에 속한 영원한 것에 마음을 두고 주님의 도우심으로 변화된 삶을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설교

성경 본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1독서 – 사도 3:11-26
  • 성시 – 시편 8
  • 복음서 – 루가 24:35-48

부활 8일부 목요일입니다. <전례독서>는 부활의 주님과 함께 인간의 영예로움을 되찾는 변화로 초대하는 기쁜 소식의 선포입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6주기’입니다. 희생자들의 영혼이 부활하신 주님 품에서 안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의 치유와 참사의 진실을 알기 원하는 유가족들의 ‘한’(恨)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길이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별이 된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섰던 모든 국민들이 위로받기를 기도합니다.

1독서 《사도행전》은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베드로의 설교입니다. 베드로는 자신들이 장애인(우리 인생을 상징하는)을 치유한 ‘기적의 힘’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기적은 그들 스스로의 능력으로가 아니라 자신들이 믿는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났음을 명백히 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힘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에 대해 담대히 증언합니다.

무엇이 복음이야기에서 보듯이 그 겁 많고, 의심 많던 제자들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변화시켰습니까?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입니다. 지금 우리가 지나는 부활 8일부가 이 절기를 완성시키는 ‘성령강림대축일’로 향하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참으로 ‘위에서 오는 능력인 성령’(루가 24:49)이 연약한 우리를 사로잡으시면 우리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시편》으로 노래한 <8>은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찬미하고, 인간의 영예로움을 예찬합니다.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께 받은 그 영예로움은 무엇입니까?

그를 하느님 다음가는 자리에 앉히시고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주셨습니다. 손수 만드신 만물을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을 발밑에 거느리게 하셨습니다. – 시편 8:5-6

어떻습니까? 시인의 찬미와 예찬이 맞습니까? 창조주 하느님이 부여하신 이 ‘놀라운 영예’가 무색하게도 요즘 우리는 ‘인간의 무력함’을 철저히 경험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명절인 부활절기이고, 기쁨으로 가득 차야 할 생명의 절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통과 고난 속에 있습니다. ‘부활’은 하느님께서 당신 다음 가는 자리에 앉히신 인류에게 행하신 ‘가장 놀라운 일’인데도 우리는 마음껏 기뻐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인간은 ‘하느님 다음가는 자리’, 즉 만물을 다스리는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만물을 다스릴 수 있기는커녕 바이러스 하나에도 쩔쩔맵니다. 어쩌면 《시편》의 찬미가 진실임을 인간 스스로 증명하라는 주님의 명령처럼 들립니다.

이제라도 인류는 그동안 ‘교만’하게 살아온 자신들의 삶을 성찰하고 ‘겸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고 오염시키며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게 살아 온 삶을 철저히 ‘회개’해야 합니다. 창조주 하느님을 제외시킬 것이 아니라 함께 ‘희망’을, 부활의 주님과 함께 ‘사랑’을 키워가야 합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로 피조세계를 상대하며, 과연 《시편》 시인의 찬미와 예찬이 진실임을 드러내야할 과제를 떠맡고 있습니다.

복음이야기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풀이 죽어있던’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 나타나 그들을 ‘부활의 증인’으로 세워주시는 이야기입니다. 사흘 전, 그들이 모든 것을 걸었던 스승이 십자가에 달려 무참히 돌아가시자 제자들의 모든 희망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아침, 몸도 마음도 고달픈 그들은 괴기(怪奇)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예수 공동체를 이루던 몇몇 제자들로부터 “주님이 살아나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루가 24:10). 그들은 그 증언을 믿기보다 부질없는 ‘헛소리’로 여겼습니다(루가 24:11). 3년이나 예수님을 쫓아다닌 제자들이 이 정도였으니 ‘부활이 의심스럽다’는 마음이 든다고 너무 자책하진 마십시오.

그날 밤이 되었습니다. 엠마오에서 온 제자들과 시몬으로부터 주님의 부활을 다시 전해 듣자 ‘풀이 죽어있던’ 그들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기는 했습니다(루가 24:33-34). 약간의 희망과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의심’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 순간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 가운데 서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 루가 24:36

그들은 ‘유령’을 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놀랍고 무서워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의 몸을 만져보라며 십자가에서 받은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제자들은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께서는 ‘음식’까지 잡수시며 당신이 유령이 아님을 안심시켜 주십니다. 《성서》 말씀을 풀어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설명해주십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회개하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기쁜 소식이 온 세상에 전파되는 일이 《성서》에 예언되었음을 가르쳐주십니다. 바로 이 일을 하도록 그들이 ‘증인’으로 선택되었음을 명백히 하십니다. 1독서 《사도행전》은 이 모든 일의 증인인 베드로의 설교입니다. 물론 사도들이 《성서》의 예언과 성취인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성령강림사건’을 체험해야 했습니다.

말씀 나눔을 마칩니다. 부활절기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우들은 저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집안에 갇혀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모두가 ‘지치고 풀이 죽어’있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2천 년 전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힌 제자들이 됩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기까지 오늘의 우리처럼 ‘어둠의 시간’, ‘절망의 시간’, ‘불확실한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그들은 주님으로부터, 보다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으로부터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 ‘절망의 시간’을 지나던 ‘풀이 죽어 있던’ 제자들을 향해 약속처럼 찾아오셨습니다. 그 은총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우리가 ‘코로나19’가 가져온 고난 속에 있지만 부활의 주님은 우리와 항상 함께하십니다. 부활의 주님은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우리, 지치고 피곤한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부활의 증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이야기가 전하는 핵심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희망하며 기도합니다. 우리 희망과 기도의 근거는 《성서》가 증언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과거를 뚫고 일어나 ‘부활의 증인’이 된 베드로와 요한처럼 되기를 기도합니다.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며(루가 24:49) 기도에 힘썼던 사도들을 기억합니다(사도 2:1-4).

우리도 불안하고 두려우며, 지치고 피곤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사도들은 정확한 ‘본보기’입니다. 그들은 두 번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기도’로 주님이 승천하신 이후의 ‘불확실한 시간’을 견디어 냈습니다. 우리도 그들을 본받아 마음을 열고, 이 ‘불확실한 시간’을 ‘성령 안’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변화’되어가는 그런 ‘기도의 시기’로 삼기를 축복합니다.

고요히 두 손을 모으고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인간의 영예로움을 예찬한 《시편》 시인처럼 기도합니다.

부활의 주님, 불안과 두려움에 떨던 사도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에게 평화를 주셨나이다. 그들은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받고 부활의 증인이 되었나이다. 지치고 피곤하지만 제 마음을 주님을 향해 엽니다. 연약한 저에게도 당신의 성령을 보내주시어 희망과 믿음이 샘솟게 해 주소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 지치고 피곤한 이들에게 평화의 복음을 전하게 하소서.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하신 부활의 주님을 착한 행실로 전하게 하소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이 부활의 주님 품에서 안식하게 하소서.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을 보살펴 주소서. 아멘.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