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성당 축성식 설교문

대한성공회 송파교회

대한성공회 송파교회(St. Anthony’s Anglican Church at Songpa, Korea)
서울교구 2 교구장 김성수(시몬) 주교님의 축복으로
1988
10 9 선교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잠실본동, 방이동 성당시절을 거쳐,
현재 위치의 건물을 매입하고 이전하여
5 교구장 김근상(바우로) 주교님이
2013
12 8 축성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오는 12 8일은 송파성당이 축성 6주년을 맞는 축성기념주일입니다.
공교롭게도 2013 12 8일은 금년처럼 대림 2주일이었습니다.
지금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대다수의 신자들이
이후로 몸의 지체가 분들이기에
그날 우리가 어떤 축복을 받았고,
어떤 다짐을 했는지 되새기자는 의미로
그날 나누었던  저의 축성식 설교문을 올립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 마태 5:9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면 가슴이 설렙니다. 지금 송파 교우들의 마음이 그럴 것입니다.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파 교우들은 그간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헤쳐 나온 분들입니다. 그 인내와 용기를 칭송합니다. 저는 새로 출발하는 송파교회를 축복하기 위해 방문하신 여러분에게 먼저 질문을 드립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 성당에 들어와서 어떤 기도를 봉헌하셨습니까? 우리 송파교회가 진정 어떤 교회이기를 소망하십니까?

우리 《기도서》 성당축성 <본기도>는 이렇습니다(성공회기도서 452~453페이지).

주교:

생명의 근원이시며 영원히 살아계신 성부 하느님, 우리와 우리의 모든 소유는 주님의 것이옵니다. 이제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리스도의 성체를 나누고 죄의 용서와 화해를 구하기 위한 이 성당을 성 안토니오의 이름으로 주님께 봉헌하오니 기쁘게 받아주소서.

관할사제:

주 예수 그리스도여, 주님께서 이 성당에 임재하시고 만인이 기도하는 집이 되게 하소서. 이 곳에서 주님을 찾을 때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시고, 이 곳에서 기도할 때 우리를 붙들어주시며 위로와 지혜를 얻게 하소서. 또한 이 곳에서 기쁨과 감사로 주님께 제사를 드리는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게 하소서.

신자회장:

주 성령이여,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주시어 언제나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하시고, 주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얻는 새 신자들이 넘쳐나게 하시며, 주님의 보호 속에 신실한 백성으로 성장하게 하소서. 또한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이 곳에서 주님을 찾을 때나 혼배하여 가정을 이룰 때나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와 함께 계시며 크신 능력으로 도와주소서.

성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성하는 이 기도문들 속에 우리 성공회가 지향하는 성당축성의 정신이 명백히 드러나 있습니다. 성당은 ‘주님과 공동체와 이웃’, 다시 말해 주님과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 자기들 끼리만의 재미와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나 문화시설이 아닙니다. 언제나 거룩하신 ‘주님’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성당은 거룩한 곳입니다. 또 개인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해 열려있다는 점에서 성당은 만남과 소통의 장(場)입니다. 그리고 ‘이웃’을 향해 열려있다는 점에서 성당은 작게는 지역민을 위한 곳이며, 넓게는 세상 모든 이를 위한 곳입니다. 저는 새 성당을 축성하는 송파교회가 우리 《기도서》가 언급하는 이 지향에 충실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시대는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수준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마음은 그 속도에 하나 둘 지쳐 갑니다. 꼭 그렇게 빨리 달려가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더욱이 물질의 풍요 속에 살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미’를 점점 잃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자신들 안에 고요히 빛나고 있는 ‘거룩함의 별’을 따라가기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그만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이웃들을 향해 송파교회가 사람들 안에 이미 빛나고 있는 ‘거룩함의 별’(영성)을 알아차리게 하는 ‘싸인’이기를 기도합니다.

교우 여러분, 신자들 뿐 아니라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이 ‘거룩함’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여러 곳을 기웃거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랜 종교전통을 간직한 건물이나 땅에서 거룩함(신성)을 맛볼 수 있다며 사찰이나 순례길을 찾아 나섭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웅장한 대자연에서 거룩함(신성)을 경험할 수 있다며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오지’(奧地)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여러분께 다시 질문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거룩함’(신성)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이 찾아 헤매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나 로마 교황이 거주하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인도의 ‘갠지즈강’이나 네팔의 ‘히말라야’ 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어느 곳도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가 ‘거룩함’(신성)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결코 우리 ‘밖’에 있지 않습니다. 거룩함이 드러나는 곳은 우리 밖 저 멀리, 특별한 건물이나 장소에서가 아닙니다. 거룩함의 근거는 하느님이시며, 거룩함(신성)은 바로 우리 내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속에 있다). 우리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오래된 증오와 원한’이 ‘현재의 사랑과 용서’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이야 말로 가장 거룩합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야 하는 곳은 바로 저와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그렇게 사랑과 용서로 가득 찬 마음과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야말로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가장 거룩한 곳임을 오래 전에 예수님은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땅의 교회는 하늘의 평화의 징표이며 새롭고 영원한 예루살렘의 표상입니다. 더욱이 여기 모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살아있는 성전입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위대한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성전의 살아있는 돌로 세워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주님 앞에서 거룩하고 받으실 만한 기도와 찬미의 제물을 이곳에서 드리게 하십니다.

저는 오늘 성당을 축성하는 송파교회가 우리를 택하시어 성전이 되게 하신 성삼위일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를 축복합니다. ‘여기 계신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하느님이 계심’을 볼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왜소하고, 못났는지,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보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 덕택’에 ‘자신’이 얼마나 ‘거룩한 존재’가 되었는지,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거룩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먼저 볼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서로 안에,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이들 안에 ‘하느님이 계심’을 볼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그렇게 자기 안에 이미 빛나고 있는 ‘거룩함의 별’을 자각하고 발견하는 이들을 통해 ‘평화의 울림’은 이 세상에 더욱 퍼져 나갈 것입니다.

부디 송파교회가 이 거룩함의 사명을 온 몸으로 응답해 가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주님, 이 사람들이 평화의 일꾼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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